"너무 춥고 잠을 잊은 지 오래되네요 그저 지금은 이 모든 것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예천은 구제역이 발생한 지 13일째 맞은 가운데 살처분 작업에 동원된 공무원들이 살인적인 작업일정에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 공무원들은 구제역 특성상 살처분 및 방역작업이 모두 마무리될 때까지 현장에서 한발자국도 나올 수 없어 참혹한 현장 안에서 밥과 잠을 해결하며 추위를 맨몸으로 견디고 있다.
예천군은 구제역 발생 직후부터 현재까지 공무원과 군·경, 소방, 자원봉사 인력 등을 대거 투입, 살처분 및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예천군은 구제역이 발생한 지난 6일부터 현재까지 많은 인력을 투입했으며 살처분 및 초소근무를 서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살처분 현장에는 공무원들만 배치되고 있다. 비록 가축이긴 해도 수백, 수천마리의 생명을 강제로 죽이는 참혹한 경험을 해야 하는 작업은 기피 대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살처분에 투입된 공무원들은 현장에서 밤낮도 없이 기계적으로 살처분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공무원들이 하는 일은 엄청난 수의 소, 돼지들에게 일일이 약품주사를 놓고, 죽은 가축의 다리를 묶어 맨손으로 질질 끌어내는 것.
현장 안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숙식 개념도 없다. 수백kg의 소와 돼지를 옮기다가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 오면 잠시 기대 쪽잠을 청하는 게 전부다.
살을 에는 강추위는 땔감에 불을 붙인 화로로 맞서고 있다.
공무원 A씨는 "그동안 수많은 소와 돼지를 죽이고, 옮기고 하는 일만을 반복했었다"며 "나중에는 업무에 복귀한 뒤에도 한동안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살처분에 투입된 공무원들의 트라우마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