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 예천은 농업군이다. 그러나 농업군이라는 말을 쓰지 못할 날이 그리 멀지 않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는게 사실일것이다. 지금 그나마 농촌마을을 지키며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6·70대 노인들이 세상을 떠나면 아주 소수의 중 늙은이들만이 계속해서 농업에 종사한다는것은 쉬운일이 아닐것이다.
이미 쌀은 소득작목에서 멀어진지 오래고 우리 지역의 주작목이었던 참깨,담배등 여타 작물도 농가에 소득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희망을 갖고 농촌을 지키며 살아보겠다는 젊은 농업인들은 비닐하우스니 친환경이니 하며 돌파구를 찾아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이 역시 오랜 시간과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농업의 특성 때문에 한해 한해 벌어먹고 사는 중소농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힘든 노동에 비해 결실은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은 불안정한 투기성 농사를 짓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젊은 농업인들은 연구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살아 보겠노라고 뛰지만, 올초부터 이들을 더욱더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것은 미국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농업부문을 포함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진행중이라는 것이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국내 농산물은 우리가 우려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특히 낙농업은 괴멸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다양한 유제품과 축산물 및 값싼 농산물들이 우리들의 식탁을 점령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하나 중대한 문제는 농산물 수입시 ‘연간 최대 농약잔류제한테스트’검사를 하게 되는데 이 비용을 현재보다 25%수준(1,960달러⇒500달러)으로 낮췄으며, 검사품목도 196개에서 47개로 대폭 축소 했다고 한다. 국민 건강을 위해 강화를 해도 부족한 일일진데, 또한 이미 광우병 위험국가인 미국산 쇠고기를 한미FTA 개시 조건으로 수입을 허용 했다는 사실이다.
이뿐 아니라 아직까지도 입증되지 않아 다음 세대에 전이되어 사람에게까지 변형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미국이 이를 별도의 구분 표시 없이 우리의 식탁에 올려 놓으려 하고 있다. 한미 FTA는 이러한 중대한 상황에 대해 무방비 상태로 국민을 내모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작은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농산물을 비롯한 생필품등이 싸게 수입 된다는 것은 아직은 우리의 농업이 살아 있기 때문인데 머지않아 우리 농업의 생산기반이 무너지면 절대 싸게 수입할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례로 멕시코의 옥수수 농사가 무너지고 옥수수를 원료로 하여 만드는 그들의 주식인 토르티아가 5배 이상 올랐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의 주식인 쌀 역시 멕시코와 같은 부담을 해야 할것이고 우리의 운명을 미국의 손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될것이다.
생명산업인 농업이 무너지면 특별한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여타 산업의 운명 또한 어떻게 될것인가 불을 보듯 뻔하지 않겠는가. 한미FTA 협정이 체결되면 3년간 이를 공개하지 않게 되어 있다고 한다. 그 사이 국내 농업은 초토화되고 되돌릴수 없게 된다면 그나마 남아 있는 농업인들은 도시로 흘러 들어 크나큰 사회 문제가 발생될 것이다.
농민들이 망하고 결국은 중소상인과 도시의 중산층 및 서민들마저 몰락한다면 그 후의 모습은 어떨까? 결론은 명백하다. 한미FTA협상이 이대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 협상을 수수방관 해서는 안된다. 우리들의 미래 모습을 그들에게 맡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늦었지만 우리 스스로도 무엇인가 대책을 세워야 되지 않겠는가? 그래도 아직 희망을 버리기엔 빠르다.
지역이 중심이고 지역의 특성에 맞는 지역 농업정책을 세우기 위해 예천군을 비롯한 농업관련 기관단체들은 물론 예천을 사랑하는 모든이들이 대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토론과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왜? 라는 의문에 대한 답은 무척이나 어렵겠지만, 분명한 것은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절대절명의 농업인들과 이 위기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대다수 군민들을 위해서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저런 이유의 희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희망이 아주 없다면 그때는 더 버틸 힘이 없어진다. 대다수의 농업인은 가지고 있는 집과 땅 대부분이 농협(은행)에 저당 잡혀 있기 때문에 그 끈을 놓는 순간 빈손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는 일부분 우리나라가 손해보는 분야도 있겠지만 섬유를 주축으로 하는 수출품이 대거 증가해 결국 국부가 쌓이고 내적으로는 국내 서비스산업의 수준이 높아져 종국에는 국제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 확고하게 믿고 있는 듯하다.
중국 전국시대 진(秦)나라가 촉(蜀)나라를 공격하기 위한 계략에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있다. 진나라 혜왕은 욕심이 많은 촉후(蜀侯)를 이용하기로 하고, 커다란 소를 만들어 그 속에 금은보화를 채워 촉후에게 친선의 선물로 보낼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렸다.
이 이야기를 들은 촉후는 황금에 눈이 어두워져 보석이 가득 담긴 소가 도착할 수 있는 길을 만들도록 명했고, 이에 백성들이 부역에 징발되어 진나라에서 촉나라 수도까지 이르는 넓은 길을 만들어 냈다.
이에 촉후는 도성 바깥에까지 나와 이를 맞이했지만, 도착한 건 선물이 아니라 무기를 든 진나라의 군대였다. 끝내 자신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오직 촉나라의 멸망뿐이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나온 고사성어가 그 유명한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한미 FTA’를 보며 이 고사를 떠올리는 것이 과연 나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