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산을 부둥켜 안고 돌아나가는 용트림을 하는 듯한 회룡포에 보름달이 뜬다. 뭍을 향한 그리움을 연신 토해내고 애닮은 마음 굽이굽이 흘러가는 내성천 물줄기에 닳고 닳아 350도 큰 원을 그리며 섬이 되어 버린 회룡포는 영락없는 보름달 형상이다.
회룡포는 통상적으로 장안사 주차장에서 20여분 걸어 회룡대에 올라 전망을 보거나 뿅뿅다리를 건너는 것으로 다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 회룡포의 참 아름다움을 보고자 한다면 보름달이 들때 회룡대에 올라 보라고 말하고 싶다.
품에 안고 보다듬어 주고 싶은 회룡포는 생채기가 날 것만 같은 그리움 그 자체다. 잊고 지내온 지난날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향수에 젖어 들게 하는 마음속에 품어온 옛 고향과 같은 느낌이 든다.
달이 가득찬 만월(滿月)을 이룬 정월 대보름날 회룡포 달빛사냥에 나섰다. 이번 회룡포 달빛 사냥은 상주에서 4분이 함께 했다. 보름달에 비친 회룡포를 꼭 보고 싶다는 것이 참가의 이유다.
회룡포 달빛 사냥은‘문경새재의 달빛사랑 여행’과‘영덕의 달맞이 야간산행’과는 엄연히 구분 되어 진다고 할 수 있겠다. 회룡포만이 가진 특색 있는 달빛사냥은 휘영청 둥근 대보름달이 회룡포에 걸리면 그 모습에 반해 훔쳐오고 싶은 충동이 느껴지기에 달빛사냥으로 이름 지어 보았다.
화사한 봄기운이 돋아나는 우수(雨水)가 지난 2월의 넷째 주말 회룡포 달빛 사냥은 일몰을 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오후 5시 30분경 짧은 겨울해가 비룡산 자락에 걸리자 내성천의 푸른 강물은 황금빛으로 변했다. 하얀 분가루 같은 모래사장도 황금빛이다. 저녁 노을이 부챗살처럼 드리워진 회룡포는 온통 황금빛 물결이었다. 이는 회룡포의 또 다른 비경이었다.
상주에서 온 일행은 회룡포의 황홀한 일몰에 반 넋이 나간 표정으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뿅뿅다리를 건너고 황금백사장도 걸었다. 이 순간을 놓칠라 사진도 찍었다. 눈길, 발길 닫는 곳 모두가 추억이 되어버리는 회룡포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때 찾으면 마음의 휴식처가 되어 준다.
백사장을 걸어 회룡포 마을 입구로 들어섰다. 2006년 4월에 들린 적이 있는 일행은 마을의 상징인 용이 어디로 갔느냐고 물었다. 용이 없는 것이 못내 섭섭해 하는 표정이었다. 엉겹결에‘용이 하늘로 승천을 했나 봅니다’라고 얼버무렸지만 필자 또한 아쉬움이 드는 건 마찬 가지였다.
강변의 솔숲을 잠시 거닐다 회룡대 달을 보기위해 장안사로 향했다. 장안사 쉼터에서 회룡대까지는 10여분이 소요되며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몇 계단이 되는지 궁금하여 계단을 세어 보았다. 회룡대 까지 계단은 2군데로 나뉘어져 있는데 모두 275 계단이었다. 부산 용두산 공원의 194계단보다 81계단이 더 많았다.
회룡대에서 대보름달이 떠오를때까지 기다렸다. 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회룡포 마을에 서서히 어둠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어둠이 마을을 점점 삼켜 버리고 뿅뿅다리 어귀와 마을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다. 불빛은 모두 5개인데 어둠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회룡포를 밝히는 가로등 불빛이 새벽밤하늘의 샛별처럼 반짝였다. 티없이 맑은 하늘에선 별빛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었다.
회룡대의 낯선이들을 경계하는 것일까 섬마을의 개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회룡대에선 개짖는 소리도 소음이 아닌 반가움으로 들린다.
어둠도 개짖음도 이곳에선 색다른 추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밤바람이 차가워져 왔다. 두툼한 옷을 입긴 했지만 산마루의 겨울밤은 매서웠다.
달이 떠오르길 기다리는 동안 일행들과 많은 대화를 주고 받았다.
회룡포 마을 일주를 위해 관광객을 태운 마차를 운행하면 좋겠다고 했다. 또 비룡산 등산객과 관광객을 위한 마산리 용포마을에서 회룡포 마을을 연결하는 뿅뿅다리를 가설하면 좋겠다고 했다. 일행은 비록 고향이 예천은 아니었지만 회룡포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보름이 지나서 일까 달은 좀체 뜨지 않았고 일행은 점점 추위에 떨고 초조해져만 갔다. 추위를 녹일겸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서로를 격려하며 기다리던 중 드디어 저 멀리 동쪽 산마루에 달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회룡대의 일출 못지않게 월출 또한 장관이었다. 일행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보름달이 점점 높게 떠오르고 어둠에 휩싸였던 회룡포 마을에 대보름달이 걸렸다. 달빛에 점점 젖어드는 회룡포의 밤풍경은 잊지 못할 색다른 추억이 되었다.
훔치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회룡포 달빛 사냥’은 보름달이 떠는 날 회룡대에 오르지 않고는 말 할 수 없다고 하겠다. 겨울이 아닌 여름이라면 밤새도록 달빛에 취해도 좋다. 용궁순대에 막걸리 한잔 걸치면 풍류가 있어 더 좋다. 백사장을 거닐다 그대로 드러누워 달빛과 별빛이 무수히 쏟아지는 밤하늘을 바라보아도 좋고 강물에 뛰어들어도 좋다.
그 어느 곳에서도 경험해 볼 수 없는 색다른 것을 꿈꾸고자 한다면 보름달이 뜨는 날 회룡대에 오르길 권하고 싶다. ‘회룡포 달빛사냥’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