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설마 했는데...우리 동네에는 여파가 없을 거라고 마음 속으로 몇 번이고 기도했는데 이제 어쩌면 좋다는 말입니까?"
예천군 호명면에서 한우 3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A씨는 5일 이웃집 결혼식에도 참석 하지 못한채 애타게 결과를 기다리다 구제역이라는 소식에 망연자실해 했다.
또 다른 농민 B씨는 "어제 앞집 소가 구제역 의심 증세를 보여 행정기관에서 살처분을 한다며 야간에 긴급히 장비를 동원해 매몰하는 작업 소리에 몸에 전율이 느껴져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간밤의 기억을 회상했다.
예천에서 구제역으로 의심되는 소가 발생된 것은 4일 오전, 예천군은 예방적 차원에서 이 농가의 의심되는 소 2마리를 포함해 기르던 소 45마리를 이날 밤 모두 살처분 했다.
예천군 호명면에 구제역이 의심되는 소가 발생해 살처분 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튿날 오전 취재진이 찾은 호명면은 전쟁을 치룬 후의 모습처럼 차디찬 적막감만 흐르고 있다.
의심가축이 신고된 농장 주변은 공무원들이 출입을 강력히 통제하며 이동차량에 대해서만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한 주민은 어렵게 입을 때며 "어제밤 살처분 때 노부부의 울음이 마치 자식을 잃은 부모가 우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호명면사무소로 발길을 옮겼다.
의심가축 발생축사로부터 500m이내에 있는 축산농가들이 회의실에 앉아 발을 구르며 전날 채취해 간 시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4시가 넘어 의심된 소에서 채취한 시료가 양성 판정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순간 회의장은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축산농가는 큰 술렁임 없이 2시간여 동안 군 관계자와 매립지와 보상비 문제 등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초연한 마음으로 살처분에 응했다.
호명한우작목반의 한 관계자는 "안동에 있는 친구도 자식처럼 키워 온 소를 살처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농장 출입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왔는데 결국 오고야 말았다"며 "(호명면)인접 지역인 지보면과 풍양면은 대규모 한우단지인데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예천군 관계자는 "농장 출입구 및 차량, 농장주변 소독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매일 1차례 이상 예찰을 실시해 의심축 발견시 즉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경북일보 장석원기자 swjang@kyongbu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