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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설/기고

[솔묏골에서]학교운영위원회를 바라보는 눈...

예천인터넷방송   |   송고 : 2007-01-13 12:05:06

10여년전 우리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하이틴 영화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였다. 학교성적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한 여고생이 결국 자살을 택하게된다는 비극적인 내용으로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이 우리 청소년들의 삶을 얼마나 황폐화시키는지를  다룬 영화였다.

당시 우리사회는 치열한 각성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했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교육의 현실은 나아진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아니 오히려 달콤한 로맨스로도, 심지어 자살로도 치유되지 않는 10대들의 고통은 이제 ‘여고괴담’이 되어 다시 우리곁을 찾아왔다.

지금 우리의 아이들은 21세기를 살아갈 아동들이다. 싫든 좋든 지금보다 더욱 정보화, 세계화, 다원화된 사회에서 개성과 소질, 자율성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살아야할 아이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참된 사람을 길러내고 이러한 시대 변화에 알맞은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 소홀히 해왔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 교육을 파행으로 몰고 온 입시위주 교육과 학력위주풍토에서 우리 아이들은 미래사회에 요구되는 창의성과 자율성, 더불어 사는 공동체 정신을 키워오지 못하고, 저마다 지닌 아름다운개성과 꿈, 삶의 목표를 잃은 채 방황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지금까지 무엇을 했던가?

입시경쟁교육에 시들어 가는 아이들에게 공부만을 강요했을 뿐, 즐겁게 배우고 생활할 수 있는 학교 환경을 만들고, 올바른 교육정책에 참여하는 학부모의 권리와 책임을 스스로 저버린 채 우리 교육의 파행성을 더욱 부추겨 왔지는 않은가? 교육의 수요자이면서도 충실한 정책수용자(policy taker)의 역할에만 안주하면서 가정교육은 엉망으로 시켜놓고 학교만 보내면 교육은 저절로 되는 줄 알고, 문제가 발생하면 학교나 교육당국에 돌팔매질이나 하는 무책임한 방관자들은 아니였는가?

굳이 위기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교육의 정상화와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어른들이 무엇인가 해야만 하는 시점에 와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내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대해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자녀교육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공유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에도 되풀이 되고 있지만 많은 교육적 요구가 분출할 때 마다 앞뒤 재보지도 않고 발표하는 교육정책은 교육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어가고 있다. 이 같은 성급함과 철학부재로 갈팡질팡 방황하는 교육정책에서 벗어나는 길은 바로 교육자치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 교육자치의 핵심은 바로 학교운영위원회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보장하고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참여를 통해 책임과 권한을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95년 5-31 교육개혁안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동안 학교운영위원회는 많은 학교에서 학교변화를 주도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무엇보다 학교운영의 민주화로 구성원들에게 활력과 보람을 심어주게 되었으며 학교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경제성을 높이는가 하면, 학교규칙을 개정하고 학생자치를 지원하여 학생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하였다. 간담회와 소식지 발간 등으로 교육주체들의 참여의식을 고취하였으며, 갖가지 현안은 물론 장기적인 학교발전계획 등을 다루는 각종 소위원회제도가 만들어져 의미있는 학교발전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학교에서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운영위원회가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고 운영위원회를 이전의 육성회 정도로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학교운영위원회 스스로도 학교의 민주적인 운영과 진정한 교육발전을 위해 얼마나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반성해야 할 부분도 많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우선 학교운영위원회가 명확히 심의의결기구로 자리잡아야한다. 심의의결권한이 없는 위원회가 아무리 좋은 의견을  모은다 해도 결정하고 집행할 권한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따라서 현재 사립학교의 경우 학교운영위원회가 심의의결기구로 역할을 할 수 없도록 한 법안은 하루빨리 고쳐져야 할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가 민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학교운영위원의 선출과정에서부터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야 할 것이다.즉, 교원위원, 학부모위원등 학교운영위원들이 대표성을 갖기 위해서는 교무회의와 학부모총회가 의결기구화 되어야 한다. 그래야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한 교사나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질 수 있으며 뽑힌 대표 역시 책임감을 갖고 활동에 임하게 될 것이다.

교육자치가 시대적인 추세임에는 틀림없지만 구시대의 행정틀을 과감하게 개혁하지 않고는 학교의 민주화는 성공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교육자치란 바로 학교자치를 뜻하며 학교자치는 교과자치, 학년자치를 뜻한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수직행정은 학교분위기를 경색시켜 창의성과 다양성이 발휘될 수 없는 구조가 된다. 학교살리기는 이러한 수직행정을 수평행정으로 바꾸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학교가 밝아지고 교과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학교에서 학생의 위치가 가장 중요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는 자기들의 주장을 펼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 학급회가 있고, 학생회가 있지만 이것 또한 학생들의 자율성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학생의 문제는 학생 스스로 풀어 가도록 지도하는 것이 장차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시민이 되게 하는 중요한 교육 프로그램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요즈음 학생들이 부정적으로 돼가는 원인이 학생들을 학교의 주인 자리에서 밀어 내 주변화하고 대상화해 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학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다. 학생은 결코 시키는 대로만 하는 대상으로 여겨서는 안된다. 분명히 학교의 당당한 주인이다. 때문에 학교 운영에도 참여할 기회를 열어 주어야 한다. 학급회와 학생회에서 나온 건의 사항이 교무회의의 검토를 거쳐서 학교운영위원회 안건으로 채택되기도 해야 할 것이다.

학부모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속에 학교구성원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교육문제를 고민하다보면  학부모들은 학교를 훨씬 더 신뢰할 수 있을 것이며, 선생님들은 더 열심히 가르치고자 하는 의욕이 솟아나 우리 자녀들에게 보다 질높은 교육을 선물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신과 책임떠넘기기가 아니라 신뢰하는 마음과 서로 내탓이라고 생각하는 자기반성의 마음이다. 무조건 학교를 탓하고 교육행정을 나무라는 방관자적이며 비판적인 태도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제 3월이 되면 각 학교는 새로운 운영위원들을 선출하게 된다. 많은 학부모들이 학교운영위원회에 관심을 가지고 학교운영에 적극 참여, 살맛나는 학교 살리기 운동에 앞장서심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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