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흑응산악회(회장 전재인) 제265회 정기산행이 8일 38명의 회원이 참가한 가운데 충북 괴산군 중대봉(846m)~대야산(931m)에서 실시됐다.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에 위치한 중대봉은 이웃인 상대봉(대야산)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백두대간이 서쪽으로 가지를 치며 달아나다 선유동으로 맥을 가라앉힌 줄기의 최고봉이다.
중대봉(846m)은 산 전체가 하나의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3년전 까지만 해도 워킹코스가 없어 전인미답의 산으로 남아있었지만 최근 암벽을 이용한 코스가 개발되고 위험한 곳에는 로프를 매놓아 안전한 등산로를 이용 많은 산악인들이 찾고 있다.
대야산(931m)은 충북 괴산군과 경북 문경시의 경계를 이루면서 깍아지른 암봉과 온갖 형상의 기암괴석이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장엄한 모습으로 북한산과 도봉산을 합친 것 같은 산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특히 문경팔경 중 으뜸인 대야산 용추폭포는 거대한 화강암반을 뚫고 쏟아지는 폭포 아래에 자연이 창출해 낸 걸작품인 하트형으로 패인 소(沼)는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어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최근에는 곳곳에 기묘한 모습을 한 암릉이 연이어 펼쳐지는 중대봉~대야산 구간의 종주산행을 많이 실시하고 있다.
이날 산행은 삼송3리 농바위마을→2갈림길→곰바위→대슬랩→중대봉(846m)→상대봉(대야산 931m)→삿갓바위→대문바위→밀재→2갈림길→농바위마을 원점회귀 코스를 6시간여 등반 했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겨울의 물비늘을 뚝뚝 떨구고 입을 쫘악 벌리며 봄을 향한 펌프질이 시작되는 3월의 초순. 아침 8시 예천을 출발 산행들머리인 청천면 삼송3리 농바위 마을에 9시20분경 도착 했다.
삼송3리는 농바위 마을이라 불리우는데 주차장에서 바라보면 정면에 우뚝 솟은 흰 바위산이 중대봉이며 1갈림길에 큰 장롱을 닮은 바위가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마을은 지반 전체가 신비의 돌이라는 맥반석이 깔려 있고 여기서 솟아나는 물을 먹고 장수하는 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중대봉의 허리에 해당하는 지점에 채석장이 들어서 맥을 잘라 농바위 마을에 좋지 않은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농바위 마을은 주차장이 협소해 대야산 상회 앞 주차장에는 대형버스 1대만 주차가 허용되며 승용차는 삼송3리 경로당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중대봉은 잘 알려진 산이 아니어서 이곳을 찾는 산행객들이 아직은 미비한 실정으로 이 마을의 유일한 매점인 대야산 상회는 구멍가게로 막걸리, 소주, 맥주, 라면을 팔고 있으며 물건을 제대로 갖추어 있지 않아 아쉬움을 주고 있다.
산행은 농바위골에서 흘러나오는 개울 옆길을 따라 삼송3리 경로당을 지나면 마을의 마지막집 옆에 수령 500여년이 되는 느티나무 옆을 지나 농로길을 따라 0.5km 걸으면 숲속으로 접어들게 된다.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는 가운데도 계곡은 명경지수처럼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으며 버들가지에는 봄물이 오르고 있었다.
평탄한 길을 따라 40여분을 걸어 제2갈림길에 도착했다. 등산로는 이 지점에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바람 한점 없는 맑은 날씨속에 급경사 오르막 구간을 오르면서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2갈림길에서 중대봉 정상까지는 장화바위, 곰바위 등 갖가지 형상의 바위들이 연이어 나타나는 대슬랩 구간을 로프를 타고 오르다 보면 주변의 풍경에 매료되어 힘든 것도 잊게 된다.
산행시작 1시간여만인 10시 30분경 장화바위를 지나 전망대에서 펼쳐지는 주변의 조망은 가히 일품이었다.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암릉과 소나무가 함께 어우러진 풍경은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거대한 화강암 하나로 이루어진 중대봉은 정상까지 로프를 타야 하기에 체력이 약한 사람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상’급 난이도를 갖춘 산이다.
10시 45분경 대슬랩 지역에 이르자 이 구간은 나무 한그루 없어 바짝 엎드려 네발로 엉금 기면서 올라야 했다.
조금만 중심을 잃어도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기에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이 구간을 올라서 뒤를 돌아보면 눈앞에 펼쳐지는 조망에 감탄을 하게 된다. 일행 모두는 매순간 위험한 지점을 통과하면서도 빼어난 아름다움에 감탄을 연발하고 환호성이 저절로 나왔다.
잠시 완만하던 등산로는 다시 경사가 거의 수직에 가까운 암벽앞에 이르게 되는데 위를 올려다보니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로프 구간이 100여 미터가 넘어 보였다. 앞 사람이 완전히 올라서야 다음 사람이 로프를 탈수 있기에 이 지점에서 산행이 지체되기도 한다. 수직 암벽 앞에는 두곳에 로프가 있는데 왼쪽 로프를 타야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자칫 산행이 지체된다하여 우측의 로프를 이용하면 중간 지점에서 로프가 연결되지 않아 수직 절벽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기에 이 지점에서 특히 주의를 하여야 한다.
수직 암벽을 로프를 타고 오르는 동안 팔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자 공포감마저 스며들었다. 자칫 로프를 놓치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추락사로 이어지기에 혼신의 힘을 다하여 올랐다. 중대봉에서 가장 위험한 구간을 무사히 벗어나자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어느 산이라도 다 오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어 완만한 경사의 로프구간을 딛고 멀게만 느껴지던 중대봉 정상(846m)에 산행시간 2시간여 만인 11시 25분경 도착했다. 중대봉 정상에서의 조망은 동쪽과 남쪽은 확 트였지만 북쪽과 서쪽은 참나무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 동쪽으로 대야산, 주흘산, 희양산의 우뚝 솟은 모습은 으뜸이었다. 남쪽으로는 둔덕산, 조항산의 백두대간이 도도히 흐르고 있었다.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능선을 따라 대야산으로 향했다.
중대봉에서 대야산은 오르막, 내리막 구간이 있지만 평탄한 능선길로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어 최근에는 종주 산행을 많이 하고 있다. 이 구간의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주변 풍경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워 한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 했다. 특히 뒤 돌아서 중대봉을 바라보면 천길 낭떠러지 대슬랩을 올라왔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위험하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12시 05분경 낙엽이 짙게 깔린 양지바른 곳에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12시 40분경 출발했다. 식사 후 오르막 구간을 걷게 되자 다소 힘이 들었다. 능선길을 따라 갖가지 바위가 등산객을 유혹하는 가운데 바위능선 끝지점에 이르자 건너편에 대야산이 보였다. 이곳에서의 조망도 사방이 탁트여 가히 일품이다. 대야산까지는 약 0.2km 되며 내리막길을 로프를 타고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막을 올라야 하지만 그렇게 힘들지 않게 도착할 수 있다.
12시 58분경 대야산 정상(931m)에 도착했다. 대야산 정상 표지석은 문경시산악연합회에서 2000년 11월에 설치했으며 이정표(밀재, 촛대봉, 피아골)의 글씨가 지워지고 없어 방향표시 역할을 하지 못해 아쉬움을 주고 있다. 대야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사방이 탁 트여 희양산, 백화산, 둔덕산이 좌우로 펼쳐지고 날씨가 좋은날은 멀리 소백산, 속리산, 월악산까지 보이며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산세가 매우 아름다워 한국 100대 명산에 포함되었으며 문경 10대 명산의 하나로 전국에서 많은 산악인들이 찾고 있다.
대야산 정상에서 벌바위가든 까지 하산은 약 2시간이 소요되며 밀재로의 하산은 이곳에서 왔던 길을 0.2km 되돌아 걸어 좌측 남쪽지점으로 향해야 한다. 밀재로 내려가는 하산 능선길에는 삿갓바위, 코끼리 바위, 거북바위, 대문바위 등 볼거리가 많아 등산객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밀재에서는 대야산 용추골과 중대봉 농바위골의 하산 갈림길로 일행은 평탄한 농바위골 계곡을 따라 걸어 산행시작 6시간만인 15시 30분경에 농바위 마을에 무사히 도착했다.
화창한 봄날씨속에 겨울을 뚝 분질러 버린 봄이 화들짝 놀라며 서둘러 꽃물을 터트리며 봄맞이를 하려는 계절에 암릉 산행의 묘미를 다 보여준 중대봉 산행은 거대한 암릉구간을 한발자국 내 디딜 때마다 매끈한 여인의 속살을 만지듯 조심해야 했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넋을 빼앗길 정도로 아름다운 산으로 매순간 스릴을 느낄 수 있기에 산을 좋아하는 산악인이라면 한번쯤 오르라 권하고 싶은 산이다.
예천흑응산악회 4월 산행은 12일 부산 금정산에서 실시한다.
#글.사진:예천읍사무소 장광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