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곳이나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공동체’의 성격을 회복한다는 것은 별로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지구상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며 공동체의 붕괴를 경험했던 우리 사회지만 어찌됐든 여전히 많은 노인이 공동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으며 나이를 떠나 지금도 셀 수없이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삶이 공동체의 일부가 되길 원하고 있다. 도시의 경우를 살펴보자. 수만 수십만의 사람들이 직장생활 등 사회적으로 약속된 시간 외에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을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 활동에 헌신한다.
자전거 동호회가 됐든 연극동호회가 됐든 이름을 달리하는 수많은 모임이 잠시도 쉴 새 없이 인터넷의 가상공간과 현실을 넘나들며 열리고 있고 이 모임들은 단순한 ‘사교 모임’을 넘어 구성들과 제2의 가족 같은 정서적인 유대감을 나누기도 한다.
많은 도시인에게 이런 형태의 공동체 문화는 가히 절대적인 소중함을 갖고 있으며 사람들은 자본주의사회의 물질만능 풍조와 무한경쟁시장에서 입은 상처를 각자의 공동체를 찾아 서로 위로하며 치유하고 있는 것이다. 농촌도 다르지 않다.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그 형태는 도시와 다르지만 우리 농촌 역시 공동체의 회복이 필요한 다양한 이유들에 노출돼 있고 친환경농업운동과 농민운동 등 다양한 형태로 농촌공동체의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펼쳐지고 있는 농촌공동체 복원운동을 살펴보기에 앞서 이번 기사에서는 바로 우리 고장 예천의 농촌공동체 복원운동을 점검한다. 우리고장 공동체 운동의 특징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임에도 교육문화중심의 공동체 운동이 친환경농업을 주제로 한 공동체 운동을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 고장의 농업환경이 친환경농업과 더불어 공동체 문화의 복원 작업에 나서고 있는 선진 농촌자치단체에 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생산자 중심의 공동체 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장점을 함께 지닌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우리 고장 교육문화분야의 공동체 운동은 결국 농업 생산조직의 친환경 농촌만들기와 맞물리게 될 것으로 보여 새로운 농촌 공동체 만들기에 커다란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찾아가는 문화활동의 가장 큰 특징은 축제에 등장하는 무대와 객석의 고정관념을 깨는 데 있다. 노래자랑을 비롯해 온갖 장기자랑과 놀이 등으로 구성되는 찾아가는 문화활동을 통해 참가자들은 무대 위에 선 주민이나 객석에 자리 잡은 주민들 모두가 공연이라는 형태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일체감을 맛보는 경험을 한다. 특히 마을축제의 기획단계부터 마을주민들은 자신들의 축제를 어떻게 꾸릴지 수차례에 걸쳐 회의를 거듭하게 되고 이 과정 속에서 그 마을의 개성을 가장 잘 표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스스로 선택한다.
농촌공동체의 복원을 도시와 농촌이 올바른 관계를 맺는 핵심은 바로 시골이 가진 가치가 훼손되지 않은 자연뿐이라면, 도시인들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산 좋고 물 좋은 시골을 찾아 먹고 싸다가 쓰레기만 잔뜩 버리고 돌아갈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농민들도 시골을 찾는 사람들을 반길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도시인들이 예천의 자연을 즐기러 오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농촌공동체의 행복한 문화를 체험하고 스스로 변화를 느낄 수 있다면, 농촌과 도시의 관계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지역 내부에서부터 더 많은 훈련과 경험이 필요하다. 바로 이것을 위해 각 면 이장협의회와 사회단체가 뜻을 모아 예천군 전체를 새로운 농촌공동체로 가꾸기 위한 전문가 컨설팅이 필요하다.
또한 마을 사람들이 마을 스스로를 위해서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우리 농촌은 불과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마을축제를 통해 구성원의 마음을 모으고 공동의 노동을 통해 마을 전체의 이익을 확보하는 과정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예천의 마을이 저마다 각자의 축제를 스스로 준비하고 또 즐길 수 있을 때, 그래서 외부도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때 비로소 농촌공동체는 그 복원을 확신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