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시와 경상북도 봉화군, 울진군에 걸쳐 있는 응봉산은 낙동정맥의 한 지류로, 1박 이상을 하여야 두루 구경 할 수 있는 계곡이 두 곳이나 되는 해발 998.5m의 깊은 산이다.
응봉산에서 가장 각광받는 코스는 용소골 계곡산행이다. 수많은 폭포와 깊은 소들이 산재한 용소골은 무인지경의 원시림 속에 꼭꼭 숨겨져 있는 우리나라 최후의 비경지대다.
울창한 금강송과 한 굽이를 돌면 또 한 굽이의 계곡이 열리는 장관이 장장 14km 에 걸쳐 쉼 없이 펼쳐지고 끝없이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경관이 수려하다.
또한 전세계 유명한 교량과 닮은 교량을 계곡마다 설치하여 등산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응봉산 등산은 덕구온천 주차장에서 원탕까지 1시간여의 계곡 산행객들이 많으며,원탕에서 정상까지 급경사를 2시간여 올라야 하기에 대부분 계곡산행을 하고 있다.
응봉산 종주 산행은 1박2일의 일정이 필요하나 예천흑응산악회는 덕구온천에서 용소골을 경유 정상까지 오르는 산행코스를 정했다.
9월 정기 산행은 추석을 앞두고 벌초성묘로 인해 18명만 참석한 가운데 아침 6시에 예천을 출발 영주, 봉화, 울진 불영계곡을 경유 09:00 덕구온천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굽이 고개길로 몇몇 회원님이 심한 멀미를 하기도 했다.
09:10에 산행을 시작한일행은 세계의 유명한 교량 모형과 명경지수의 계곡을 따라 걸으며 모처럼 산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굽이 돌아서면 다시 나타나는 계곡과 하늘을 찌를듯한 노송, 원탕에서 덕구온천까지 이어지는 긴 파이프라인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
푸른 초록물이 뚝뚝... 떨어지는 여름의 끝자락에서 잎들은 또다른 한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초록잎들이 연한 주황색으로 변해가고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깨어질 것만 같은투명한 유리알 같은 가을 하늘이 펼쳐지는 가운데 울창한 숲속사이를 걸으며 가을을가슴 깊이 느껴 보았다.
유달리 심한 찜통더위와 지루하게 내리던 가을 장맛비는 모든 것을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혹독한 고문을 치르듯 참 더디게 찾아 온 가을이 더 반가운지도 모른다. 광활한 들판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싱그러운 가을향기를 담은 연 보라색 꽃구름들의 잔치가 벌어지는 9월. 응봉산은 가을을 느끼고 싶은 내 마음을 알았을까?
한발 한발 내딛는 발길과 눈길 닿는 곳마다가을의 연인이 되어 다가 왔다.
가을 계곡의 정취에 취하며 1시간여를 걸어 도착한 노천탕(원탕). 41도의 뜨거운 용출수가 계곡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옛날 사냥꾼의 화살에 상처를 입은 멧돼지가 도망치다가 이곳에서 상처를 치료하고 도망을 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온천수를 보니 참 신기했다. 찬 물이 흐르는 계곡에서 어찌 이런 뜨거운 용출수가 솟을 수 있는지...
몇분의 회원들은 원탕에서 머무르기로 하고 12명은 정상을 향해 게속 나아갔다. 그러나 원탕 계곡끝지점부터 정상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급하고 계곡도 없어 참으로 힘들고 지루했다.
11:50분경 도착한 응봉산 정상(998.5 M)에는 5명 뿐이었다. 정상은 헬기장이 있고 정상 표지석을 설치한 가운데 주위에 나무가 많아 정상 조망권이 없어 3시간여를 힘들게 올라온 것에 비해 조금은 실망스러움이 느껴졌다.
흑응산악회 현수막을 펼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점심식사를 한 후 12:30분경 하산길에 올랐다. 갔던 길을 되돌아 오는 하산길은 무릎관절에 무리가 오면서 참 지루하게 느껴졌다. 하산길에 원탕계곡에서 잠시 발을 담그고 쉬었다가 덕구온천에 14:40분경에 도착했다.
이날 응봉산 등산은 5시간 30분이 소요되었으며 5명만 정상에 오를정도로 힘든 산행이었지만 정상정복이라는 쾌감에 피곤함도 다 잊혀졌다. 덕구온천에서 목욕 후7번국도를 경유 울진 후포항에 도착한 일행은 잠시 푸른바다 해변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모처럼 찾은 바닷가 산행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 바로 회!!! 자연산 회에 소주잔을 곁들이며 산행으로 인한 피로를 잊는 즐거운 저녁 식사 자리가 되었다. 회원들은 식사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으며 그 여세를 몰아 귀경길은 멋진 뒷풀이가 펼쳐졌다.
노래방에 이어 디스코 메들리 반주로 노래하고 춤추며 그동안 쌓였던 일상의 스트레스를 다 날려보내는 아주 즐거운 시간을 가지면서 무사히 예천에 도착했다.
떠나는 것이 아쉬워 서성이는 여름의 끝과 장맛비 그치자 성큼 다가온 가을의 갈림길에서 계곡산행과 해변에서의 추억을 담아 올 수 있었던 이번 산행은 잊지 못할 여행이 되었다.
장광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