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이번 올림픽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놓쳤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한국 양궁이 세계 최고인 것은 분명합니다"
베이징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한국의 6연속 우승을 이끈 문형철(50) 감독이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로 오랫만에 자신이 맡고 있는 예천군청을 찾아 개인전 금메달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문 감독은 지난해 1월 '금메달을 따면 본전, 못 따면 역적'이라는 양궁 여자 대표팀 감독을 맡고 12월 올림픽을 앞두고 양궁 대표팀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일제히 받은 신체검사에서 갑상선 암 3기 판정을 받고 수술까지 받은 뒤, 매일 호르몬 성분의 약과 건강식품을 복용하면서도 주위에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를 믿고 대표팀의 지휘봉을 맡겨준 대한 양궁협회와 오로지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위한 일념 하나로 군부대 훈련, 번지점프 등을 말없이 수행해 준 양궁대표팀 윤옥희(23)나 박성현(25), 주현정(26) 선수에게 실망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자신의 치료는 올림픽 이후로 미뤘다.
결국 지난 10일 베이징 올림픽 그린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여자 단체전 중국과의 결승에서 승리를 거둔 뒤 주현정(26), 윤옥희(23), 박성현(25) 선수들을 포옹하며 그동안의 고통을 말끔히 잊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전북 부안군이 고향인 문 감독은 부안농림고 1학년때 처음 활을 잡고 양궁 선수 생활을 시작한 뒤, 삼익악기, 서울우유 등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1980년 수원 연무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 이제는 '제2의 고향'이 된 예천에서 1984년 1월부터 지금가지 25년째 예천군청 양궁팀을 맡으며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특히 첫 양궁 지도자 생활을 했던 수원 연무초등학교에서 전 국가대표 이은경 오교문 선수를 지도하고 예천군청 양궁팀을 맡아서도 김수녕 선수는 물론 장용호와 윤옥희 선수까지 수많은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하고 시드니 올림픽때부터 이번 베이징까지 김수녕과 장용호 윤옥희 선수 등 연속 3회 자신이 맡고 있던 팀 소속 선수를 올림픽에 출전 시켜 금메달을 따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예천군청팀 감독 생활을 하면서 군청 공무원이던 부인 전미연(46) 씨를 만나 1985년 영호남 커플로 결혼한 뒤 2녀 1남을 둔 문 감독은 "항상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그래도 자식들이 아버지를 자랑스러워 해 고맙기만 하다"고 말했다.
경북일보 장병철 기자 http://www.kyongbu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