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타결 소식이 들린 지난 2일 신문은 신문대로, 방송은 방송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에 바빴다. 그리고 적극 찬성부터, 적극 반대까지 그 목소리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한 쪽에서는 성공적인 협정이었고, 곧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것처럼 보도하는데 한쪽에서는 ‘내줄 것 다 내주고, 얻은 것은 없는’ 협정이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자동차, 섬유 등으로 대표되는-그것도 큰 성과를 장담할 수 없지만-성과는 그대로 믿는다 치자. 그런데 농업에 관한 한 이번 협정 결과는 참담함 그 자체라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이 타결되던 날 들어본 농민들의 목소리는 절망 그 자체였다. 어떤 희망도 갖지 못하고 있다. 아예 농업에 대한 생각을 놓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다. 분명한 것은 농업에 관한 한 전체 1천531개 품목 가운데 쌀을 비롯한 15개 품목을 제외하면 국회의 비준동의 즉시 개방하게 되었다.
쌀을 양허대상에서 제외해 성과를 냈다는 말은 기실 미국과의 1대1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몇 년 아니면 완전개방해야 하는데 생색만 낸 것이며, 우리 고장 특산품인 포도, 사과, 배 등의 과수는 길어야 20년이면 관세를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
한 20년쯤 개방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안심할 수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미국산 값싼 오렌지가 들어와 대체과일로 자리잡으면 다른 과일 값 폭락은 물론이고, 과수가 중심산업인 우리 고장 농업 기반이 무너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한미FTA 중단을 요구했던 군의회가 강력한 움직임을 보여줄 것도 요구한다. 전국에서 제일가는 농업군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모든 군민들이 우리 고장이 살 길을 마련하는데 최선의 방책을 찾아야 한다. 이와 동시에 우리가 살 길을 만들어야 우리가 살 수 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우리 고장을 농촌 정서를 살린 친환경농업, 생태환경 고장으로 만들겠다는 정확한 미래계획을 세우고, 큰 그림 속에서 살 길을 설계해야 한다. 생태농업을 체계화하고 농촌이 갖고 있는 특성을 활용하는 한편, 우리 고장이 가진 자원, 오히려 잘 보전된 환경을 활용, 활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고장이 이미 갖고 있는 기술력과 인력을 이용, 친환경 대체에너지의 고장으로 특화하고 약포정탁, 초정 권문해, 시인 안도현,곤충바이오 엑스포 등 인적자원을 관광산업화하려는 아이디어를 잘 다듬는다면 이 또한 충분한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려는 적극적인 자세와 자신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