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7일 열린 제349회 임시회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날 도정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수도권 일극 체제로 병들어가는 대한민국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다극 체제의 균형발전 시대를 열어가는, 국가 대개조를 이뤄내야 할 시점”이라며 행정통합의 역사적 의미와 시대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다른 시도에서도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대구‧경북이 앞장서서 통합하게 되면 충청권, 전남권 등의 다른 시도도 우리를 따라올 것”이라며, “지방정부가 주체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온 나라가 바뀌어 갈 것이다”라고 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광역 간 통합이라는 역사적인 첫 사례인 만큼, 기존 광역시나 道보다 더 많은 권한과 특례를 부여받고 자치권을 대폭 확보한 전혀 새로운 형태의 대구‧경북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행정통합의 본질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지방이 가진 권한의 한계를 설명하면서 “재해 예방을 위해 지방하천 준설을 정부에 세 번이나 요구했으나, 아직도 안 된다고 한다”며, “경산-구미 광역 철도, 10년이나 걸렸다. 낙동강, 대학교, 산업단지뿐만 아니라 고작 앞산의 소나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 지사는 “정부는 이 모든 것을 지방정부에서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또 일부는 시군에 다시 내려주는 자치를 하는 것이 맞다”고 실질적 지방자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대구‧경북이 통합되면 시군구 권한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대구시 주장에 대해서는 “시장과 군수 권한을 줄였을 때 통합이 되겠느냐, 불가능한 일이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현장에 살고 있는 주민이 지역 문제를 제일 잘 아는 것이 지방자치의 본질”이라며, “시군이 특색있게 성장해야 다양성이 확보되고 진정한 지방시대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시군구의 권한 강화를 위해, 통합으로 정부로부터 받아오는 권한에 대한 시군 이양을 이미 검토하고 있다”며, “광역 정부와 기초 정부 모두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 지사는 마찬가지로 대구시가 주장하는 서울특별시 모델의 통합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구‧경북이 서울특별시처럼 발전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대구‧경북의 면적은 서울시 면적의 33배로, 광역정부가 모든 일을 소화할 수 없고, 시군의 도시계획은 시군이 스스로 고민해서 특색있게 발전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지, 광역이 직접 할 일이 아니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또 대구시의 통합청사 3곳 배치 요구에 대해서도 “광역 정부가 모든 행정을 직접 하려고 하니 동부에도 청사가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라며 “현장에서 갖고 있는 권한을 오히려 줄이고 광역정부로 내주는 통합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는 행정통합의 결과가 광역과 기초 모두에게 이득이 되어야 한다는 이 지사의 확고한 의지로 보인다.
이 지사는 행정통합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리고 어렵더라도 전문가, 시군, 시도민 대표 등 충분한 의견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시도민의 뜻을 충분히 살펴볼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대구와 경북이 서로 양보해 잘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대구시의 전향적 입장을 촉구했다.
끝으로 이 지사는 “마지막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의 뜻”이라며, “통합이 가지는 시대적 사명, 그리고 통합에 대한 열망을 바탕으로 도민의 뜻을 가장 우선에 두고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지사는 27일 오전 개인 SNS를 통해 “행정통합은 미래를 향한 중차대한 문제라서 시도지사 둘이서 결정할 것이 아니다”라며, “한 달간 공론의 과정을 갖고 전문가와 주민 의견을 들어 9월 말까지 결론내자”고 대구시장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