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농촌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농촌에 관련된 사람들이 입만 열면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곧 농촌이 그만큼 희망에 목말라 있다는 말일 것이며 농촌이 희망과 그만큼 멀리 있다는 말일 것이다. 우리고장도 최근 그 희망으로 웃고 또 울며 가슴을 쓸어내리고있다. 바로 골프장 건설사업이 부지 매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차질을 빚고 있다.
부지 보상가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과정이 그것이다. 늘 부족한 농촌에, 돈은 희망이 된다.
산업단지의 실체가 무엇이든 그것이 돈과 연관된 것이라면 그 순간부터 그것은 희망이고 농촌을 단숨에 변화시킬 대단한 것이 되어 열병처럼 사람들을 들뜨게 한다. 그러나 아직 산업단지로 ‘희망’의 실체를 발견했다는 농촌은 만나기 힘들다. 산업단지...골프장...관광단지..., 우리 귀에 너무도 익숙한 구체적인 상징들이 농촌의 희망이 못된다면 우리는 농촌의 희망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근대화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우리 농촌은 사실 그것 말고는 속된말로 ‘부자’가 되는 경험을 해 본 일이 없다. 산업단지니 뭐니 하면서 누군가 도시계획 선하나 잘 그어주면 떼부자가 되고 하던 경험을 여전히 농촌은 기억하고 있다. 그것이 농촌으로 하여금 오늘도 단지니 공단이니 하는 정책에 기대를 걸도록 만든다. 또 정치인들 역시 이런 점을 잘 이용한다.
그러나 이제 더는 산업단지니 골프장이니 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농촌개발환상은 실현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미 공단이나 골프장 등 농촌개발의 주요 이슈들은 전국적으로 과포화상태에 도달한 지 오래다.
물론 농촌지역에 개발이 시도되는 모든 산업단지가 무조건 실패한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정선카지노를 보자. 정선카지노 그 자체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아마 카지노가 정선이 아니라 다른 어느 농촌지역에 설치됐다고 하더라도 카지노 그 자체는 분명히 성공했을 것이다. 그러나 카지노가 들어온다고 들떠있던 그 땅의 주민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우리농촌지역이 최소한의 정상적인 성장을 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이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적절한 인구를 가져야 하고 다음으로 적정인구를 바탕으로 한 지역의 내수구조를 확보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교육과 복지가 뒷받침이 되어주어야한다.
그래서 많은 농촌지역 자치단체들이 축제 등 지역행사를 통해서라도 지역경기를 활성화 시키려고 노력하는 것 아닌가?
많은 자치단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바로 지역의 낙후성을 극복하기 위한 고민의 출발점이 잘못됐다는 점을 모른다는 것이다. 축제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현재 자치단체가 매달리고 있는 축제의 상당수가 지역에 돈을 끌어오는 구조가 아니라 반대로 지역의 돈을 유출 시키는 구조를 갖는다.
지역주민이 축제에 와서 외지 상인들이 파는 술을 먹고 끝나는 축제는 수두룩하다. 축제란 것이 무엇인가? 지역공동체가 스스로 얻은 결실을 펼쳐놓고 서로를 위로하며 즐기는 것인데 대부분의 축제가 본래 이념과는 동떨어진 채 운영되고 있다. 지역의 낙후성을 극복하기 위한 고민의 출발점은 결국 지역 내부의 건강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집중돼야 한다.
예천이 내부적으로 건강해 지는 데 기여할 수 없다면 산업단지나 축제나 큰 의미가 없는 것이고, 반대로 내부적인 건강성을 강화할 수 있다면 아무리 작은 움직임이라도 그 가치는 쉽게 평가하기 어려운 것이다. 지역의 내부적인 건강성이 바로 공동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예천이 농촌으로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길이야말로 가장 빨리 지역의 낙후성을 극복하는 길이고 더 많은 주민이 행복해지는 지름길이다.
이런 농촌공동체에서는 마을에 산업단지가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골프장이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강원도 화천의 토고미 마을이나 홍성의 홍동마을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